길을 돌아다니다 보면 안전상의 이유로 통행이 금지된 공사장을 지나곤 한다. 보통은 빠른 속도로 지나지만 유독 갑갑해지는 장소가 있다. 사람 키보다 훌쩍 높은 가림막이 설치된 건축 예정지이다. 그 너머에 혹은 그 너머의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가늠할 수 없는 벽을 따라 걷다 보면 그 공간에 대한 기대보다 또 아파트를 짓는구나 하는 실소가 터져 나온다.
UKF는 베이스 음악이라는 큰 틀 아래 다양한 하위 장르의 믹스와 라이브 공연을 송출할 뿐만 아니라, 베이스 음악의 발전에 기여하는 고품질의 팟캐스트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자체 티켓팅 플랫폼을 통해 영국 전역에서 베이스 음악 파티를 기획하며, 베이스 음악 커뮤니티의 탄탄한 지지를 받는 중요한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
운오는 형보다 더 오래 살고 더 많은 것을 보고 들었지만 그건 별로 의미가 없다는 것을. 운오는 오로지 그 사실을 알기 위해 나이를 먹은 기분이었다.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 ART insight ...
결론적으로 기정과 기우의 노력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 시작은 문광을 따라 근세가 숨어있는 지하실로 내려가면서부터였다. 기정과 기우는 그곳에서 자신들이 그토록 외면하고자 했던 현실을 비로소 마주했다. 구약성서에서 소돔과 고모라가 불타는 동안 이를 피해 도망치던 롯의 아내는 뒤를 돌아보지 말라던 신의 금기를 깨고 돌아본 순간 소금 기둥이 되었다. 기정과 기우가 ...
2012년 월간 윤종신 6월호로 발표된 <오르막길>에는 '오르막길'이라는 고난을 헤쳐나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다. 노래는 지금 자신의 높이에서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한 시련이 오르막이라고 말하고 있다. <오르막길>의 끝에서는 그들이 그런 시련을 극복한 것처럼, 극복할 힘을 얻은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거기서 끝일까?
로맨틱 코미디 혹은 로맨스 영화 추천 글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영화 <첫 키스만 50번째>. 추천 리스트에 있는 다른 영화는 거의 다 봤다고 해도 무방하지만 <첫 키스만 50번째>만 계속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보게 됐다. 당시 한창 전성기였던 아담 샌들러와 드류 베리모어를 주연으로 장르까지 로맨틱 코미디라니 아주 작정하고 성공하겠다는 게 느껴진다. 하지만 ...
“30대를 마무리하며 느낀 점을 솔직히 말해 본다면, 감정 중에서 ‘희로애락은 희미해지지만, 외로움은 뚜렷해진다’는 거예요. 신나고 즐겁고 슬프고 그런 몽글몽글한 감정들은 퇴색되는데, 외로움은 이상하게 선명해지는 것 같네요. 맛하고 비슷한 것 같아요. 단맛, 신맛, 짠맛은 먹을수록 익숙해지고 무뎌지지만, 매운맛은 매번 새롭고 매번 놀랍잖아요? 그 이유는 ...
음악과 음반이 단순히 청각 콘텐츠가 아니라 종합 콘텐츠로 작용하는 요즘 시대를 만든 선두에는 K-POP이 있다. K-POP 산업을 다져가던 프로듀서들은 듣기에만 좋은 것이 아니라 보기에도 좋은 복합적인 예술로서 무대를 추구했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노래와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팬들이 직접 즐길 수 있는 각종 프로모션까지 만들어냈다.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도 모두 첫사랑을 한다. 각자의 첫사랑은 마치 천재지변처럼, 한순간의 우연처럼, 아주 작은 민들레 홀씨처럼 찾아온다. 어떤 천재지변은 누군가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고, 한순간의 우연은 평생 잊지 못할 인연이 되고, 작은 민들레 홀씨 같던 시작은 무성한 꽃을 피운다. 처음에는 저렇게까지 인생이 뿌리째 흔들리게 하다니, 너무하다는 생각도 ...
대도시는 잔인한 곳이다. 주말마다 클럽에 수많은 남자들이 모이지만, 이 중에 괜찮은 사람을 만나 아름다운 사랑을 할 확률은... 글쎄. 그건 드라마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성인이 되어도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무자비한 세상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잔뜩 취하고, 남자를 품평하고, 젊음을 낭비하는 것뿐이었다.
서늘한 밤공기가 나의 코끝을 스쳤다. 샘을 간지럽히던 그림자와 사막의 일렁임이 멈추었다. 그 빈자리는 곧 작은 불빛들로 채워졌다. 손 뻗으면 닿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림자가 머물던 자리를 흘기며 꽃에게 물었다. "오랜 밤을 견디어 낼 자신이 있다면." 언젠가 별꽃이 들려주었던 이야기가 있다.
드라마 <옥씨부인전>에서 성윤겸이 동성애자라는 설정은 조선시대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서자임을 알게 되어 집을 뛰쳐나와 전기수가 된 천승휘 (송서인)가 옥태영의 남편인 성윤겸의 행세를 하며 살아야 하는 상황을 의도적으로 조성하기 위한 ‘빌드업’에 가깝다. 근대 이후의 제도화된 도덕 경제를 반영한 연인 사이의 배타적 성 독점이라는 모노가미의 로맨스 문법 ...